깊은 산속 마을에 한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일생에 단 한 번만이라도 일렁이는 바닷물과 상큼한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느껴 보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었다.
처녀되어 그녀는 바다를 보러 길을 떠났다. 먼 길을 쉬지 않고 걸어서 마침내 네 갈래의 길에 이르렀다. 처녀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길이 갈라지는 한가운데 앉아 고민했다.
근처의 동네 사람들을 따라가 추수도 거들고, 다른 낯선 이들을 따라 장사도 도왔지만 바다를 향한 그리움에 이 네 갈래 길로 다시 돌아오곤 했다. 그러는 동안 처녀의 머리에는 흰머리가 늘어갔다. 그래도 어느 길을 택해야 할 지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처녀는 무턱대고 산을 올라가 보기로 결심했다. 며칠에 걸쳐 힘든 산행 후에야 겨우 정상에 올랐다. 저 아래, 그녀가 앉아 있던 네 갈래 길이 아주 조그맣게 보였다. 그 네 갈래 길은 제각기 가다가 아주 먼 발치에서는 다시 하나로 합해져 바다까지 쭉 이어져 있었다.
그녀는 비로소 모든 길이 바다로 통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다시 네 갈래 길로 내려갈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