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벡스 ‘동방신기 3인 일본 활동 중지’ 선언
에이벡스는 이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전속 아티스트인 시아준수, 영웅재중, 믹키유천 등의 일본 내 활동을 당분간 중지한다.”고 발표해 한일 양국에서 파장을 낳았다.
에이벡스는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 대해 “이들의 매니지먼트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한국 법인 씨제스엔터테인먼트의 대표자가 폭력단 간부 경력을 가진 부친의 위력을 배경 삼아 과거 담당했던 연예인을 공갈, 강요죄로 실형 판결을 받고 복역하였다는 보도에 대해 당사가 사실 관계를 조사했다.”고 말했다.
에이벡스는 이어 “그 결과 폭력단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분명하지는 않으나 그 외의 내용에 대해서는 해당 보도가 모두 사실인 것이 판명됐다.”고 밝혔다.
또한 “세 사람이 한국에서 SM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 확인 소송 중이기에 당사와의 전속계약 자체가 무효로 여겨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며 “기업윤리 준수의 경영 방침으로부터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이들의 아티스트 활동을 매니지먼트 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3인 체제 유닛을 결성해 전속계약을 체결한 지 5개월 만에 터진 에이벡스의 이러한 발표는 첫 앨범 ‘The...’가 발매 첫 주 14만장의 기록적 판매고를 올리며 오리콘 앨범 차트에서 정상에 오르는 등 최고의 인기를 보이는 중에 나온 것이어서 더욱 충격이 컸다.
3인 멤버
“에이벡스가 자사 이익 도구로 이용” 즉각 반박
이튿날, 3인 측은 이 문제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이들은 “에이벡스는 기존 계약 내용과는 달리, 3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내세웠다. 이를 거절하자 씨제스 대표의 폭력단 연계 이유를 들어 계약 해지 입장을 밝혔고, 이후 최종 활동 중지 통보를 하기에 이르렀다.”고 폭로했다.
3인 멤버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에이벡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대표의 폭력단 관련설에 대해 “과거 전과는 사실이나, 폭력단과의 관계로 판결을 받은 것은 아니”라며 “에이벡스는 동방신기 3인과의 계약에 앞서 이에 대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이 내용은 전속계약의 불이행이 아니기 때문에 계약의 해지나 활동 중지 사유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수개월 전부터 에이벡스는 씨제스 대표의 과거 경력을 구실로 동방신기 3인에게 기존과 다른 불리한 조건을 내세웠고, 이를 거절하자 계약 해지를 논하다가 이들의 발목을 잡기 위해 일방적으로 활동 중지를 통보했다.”며 “동방신기 3인은 피해자”라고 항변했다.
이와 함께 “에이벡스는 믹키유천, 시아준수, 영웅재중 3인에 대해 계약을 중지한다는 보도문을 발표했으나,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의 동방신기 5인에 대해서는 계약이 유효하다고 명시하여, 논리에 어긋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에이벡스가 저희 3인을 아티스트로 대우했다기보다, 자사 이익의 도구로 이용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면서 “이로 인해 일본 팬들과의 만남 또한 기약할 수 없게 되어 답답한 마음”이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임상혁 변호사 “에이벡스 측이 일방적 요구했다”
이날 오후, 임상혁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무래도 3인 측 입장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봐야 할 것 같았다. 보도자료에 담기지 않은 무언가가 더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다행히 그가 전화를 받았다. 통화 내내 그는 침착하고 단호한 어조로 답했다.
임상혁 변호사는 “(에이벡스 측이)수익분배 비율을 비롯해 여러 차례 멤버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계약 변경을 요구했다.”면서 “특히 멤버들의 활동에 있어 모든 사항을 양 측이 합의해 동의한 가운데 진행하기로 했지만, 일방적으로 자신들이 스케줄을 정할 수 있도록 변경을 요구하는 등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임 변호사는 에이벡스가 활동 중지의 구실로 내세운 씨제스 대표의 과거 폭력단 연계설과 관련 “심지어 당사자인 백 모 대표가 그것이 정말 문제라면 스스로 이 계약관계에서 빠지겠다고 통보했음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하며 “결국 정상적인 진행이 어렵겠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일련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에이벡스 측의 억지로 밖에 받아들일 수 없는 정황이 너무 많다.”면서 “만약 상대에서 이에 대해 반박한다면 우리 측에서는 또 다른 내용을 추가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번 논란의 본질은 기존 계약 내용과 달리 기획사가 소속 연예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내세워 멤버들의 뜻과는 무관하게 활동을 중단시킨 것”이라며 “그런데도 폭력단과 관련이 없는 씨제스 대표에게 여론의 관심이 흘러 초점이 흐려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임 변호사는 전화를 끊으며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자신의 욕심을 채울 수 없다고 해서 동방신기의 발을 강제로 묶는 것은 누가 봐도 비도덕적 처사입니다. 이번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 동방신기 3인이 일본 내 활동을 원활히 펼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돌변한 에이벡스 ... 슈퍼주니어, f(x)와 계약 체결
에이벡스가 씨제스 대표의 전력을 빌미로 일방적인 계약 중지를 통보한 점은 석연찮은 뒷맛을 남겼다. 에이벡스는 공지에서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대표자가 폭력단 간부 경력을 갖고 있는 부친의 위력을 배경삼아, 담당 아티스트에 대한 공갈 및 강요죄로 실형 판결을 받고 복역하고 있었다란 보도에 대해 당사는 사실 관계를 조사하고 있었다.”며 이를 매우 비중 있게 다루었다.
하지만 다음 문장에서 “그 결과, 현 시점에서는 폭력단과 관계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도 인정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에이벡스 측이 초기 계약 당시부터 씨제스 대표의 전력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도 속속 드러났다.
특히 에이벡스의 한 고위 관계자는 몇 달 전부터 자신의 트위터에 “3인의 새로운 사장은 아주 멋지고 각오를 품은 남자다.” “백 씨는 훌륭한 사나이다.” 등 백 모 대표에 대한 칭찬과 소개의 글을 수차례 올려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때문에 그의 전력으로 인해 계약 중지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누가 봐도 설득력이 약했다.
에이벡스가 3인 멤버의 일본 내 매니지먼트를 중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 가요계에서는 ‘왜 갑자기 에이벡스가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그 배경을 두고 의문이 증폭되었다.
가장 가능성 있는 분석은 동방신기 3인과 손을 맞잡으며 SM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던 에이벡스가 유니버셜을 통해 일본에 진출한 소녀시대의 성공에 자극 받아 다시 SM에 손을 내미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었다.
그로부터 두 달여의 시간이 흐른 11월 25일. 에이벡스는 홈페이지를 통해 “유노윤호와 최강창민 2인조로 구성된 동방신기가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며 “SM JAPAN의 관리 하에 이들의 일본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발표해 다시 한 번 팬들을 놀라게 했다.
이 공지에는 특히 “슈퍼주니어, f(x)와도 계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SM JAPAN은 매니지먼트로서, 에이벡스는 레코드 레이블로서, 또 매니지먼트 에이전트로 전면적으로 아티스트 활동을 지원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소녀시대가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두자 이를 지켜본 에이벡스가 조급증을 느껴 SM에 손을 뻗었을 것이라는 예측이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다. 예상치 못한 소녀시대의 활약에 SM과 등을 진 에이벡스가 당황한 나머지 다른 가수들마저 경쟁사에 빼앗길 수 있다는 초조함에 동방신기 3인 멤버의 활동 중단을 선언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중했다. 결국 에이벡스가 슈퍼주니어, f(x)와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추측이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게다가 에이벡스의 이 같은 결정은 영웅재중, 믹키유천, 시아준수 등 동방신기 3인 멤버에 대한 계약해지가 완전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어서 ‘이중구속’이라는 논란으로 확산되었다.
당시 국내 가요계에서는 “동방신기 3인이 다른 회사와 계약을 할 수 없도록 묶어둔 채, 지원활동을 일방적으로 중지한 에이벡스의 태도는 아티스트에 대한 상업적 목적만을 추구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며 “이러한 족쇄는 동방신기 3인에게 이중구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이처럼 3인 멤버와는 일방적으로 계약 중지를 통보한 상태에서 그동안 거리감을 두었던 SM과는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며 “양 사 간 좀 더 긴밀한 제휴관계를 구축하고 협력하겠다.”는 돌변 행보를 보인 에이벡스를 향한 팬들의 실망감은 커져만 갔다.
소식을 전해들은 팬들은 “과거 세 멤버들의 유닛 활동을 지원할 땐 유노윤호와 최강창민을 외면하더니 이제는 세 멤버의 일본 활동을 못하도록 막아놓고 동방신기로서의 수익과 이득은 모두 챙기겠다는 그들의 순수하지 못한 속내가 드러난 셈”이라고 비난했다.
실제로 에이벡스는 3인 멤버들의 활동 중단 발표 이후인 그해 10월, 일본 데뷔 후 5년간의 동방신기 활동 모습이 담긴 미공개 사진과 영상 등을 소개하는 ‘동방신기 엑스포 2010’ 등 이벤트를 개최, 지나친 상술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또 그에 앞서는 세 멤버를 포함한 동방신기 달력을 출시해 팬들로부터 “자신들의 잇속만 챙기는 이중적인 태도”라는 빈축을 사기도 했다.
에이벡스의 매니지먼트 계약 중지 선언이 나온 지 벌써 1년을 훌쩍 넘어섰다. 그 사이 재중, 유천, 준수는 지난 6월 일본 도쿄 요요기국립경기장에서 일본 대지진 피해자 돕기 자선콘서트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며 현지 팬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물론 이마저도 에이벡스가 공연장 측에 대관을 해주지 말라는 공문을 보내며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2만여 명의 팬들의 환호 속에 성황리에 잘 마칠 수 있었다. 이 공연은 에이벡스가 일방적으로 활동 중단을 발표한 후 처음으로 오른 일본 무대여서 더욱 뜻 깊은 시간이 되었다.
또 10월 15일과 16일에는 이바라키현 히타치공원에서 ‘JYJ UNFORGETABLE LIVE CONCERT IN JAPAN 2011’이라는 타이틀로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티켓 오픈과 동시에 전석이 매진된 이 공연에는 이틀간 8만 명의 관객이 몰려들어 이들의 인기를 입증했다.
3월 대지진 후 원전사고로 인해 한동안 발길이 뜸했던 히타치야외공원에는 아침부터 JYJ를 보기 위한 수 만 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공연장으로 향하는 열차에는 JYJ 팬들이 가득 타고 있어 몇몇 역을 무정차로 통과했고, 오사카, 나고야, 삿포로, 후쿠오카 등 일본 전역에서 출발한 자동차의 행렬로 일대 교통이 마비되는 현상이 빚어졌다. 1만 석이 넘는 스탠딩 좌석까지 관객들로 가득 차자 주최 측도 놀라는 눈치였다. 미처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은 인근 놀이공원의 대관람차에 올라 먼발치에서 이들의 공연을 지켜 보기도했다.
5개월 만에 일본 무대에 오른 JYJ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혼신의 힘을 다한 멋진 공연을 펼쳐냈다. JYJ는 월드와이드 앨범 <The Beginning>의 수록곡과 첫 한국어 스페셜 앨범 <인 헤븐>의 주요 수록곡을 불렀다. 멤버들이 출연하고 OST에도 참여한 드라마의 주제가도 들려줬다.
멤버들의 완벽한 하모니와 환상적인 퍼포먼스가 이어지자 객석은 흥분으로 가득 찼다. 팬들은 ‘JYJ’를 외치며 열광적인 응원을 보냈고, 일부는 한국어 가사를 따라 부르며 환호했다.
이처럼 세 멤버는 에이벡스의 지원 없이도 성공적인 활동을 펼쳐갈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냈다. 에이벡스의 매니지먼트 중단에도 그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아니, 그 사이 더 단단해지고, 강해졌다.